여성들은 말할 것도 없이, 남성들도 요즘은 다섯 가지 이상의 화장품은 기본으로 구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. 
스킨, 로션, 에센스, 에멀젼, 크림 등등 종류도 많고 각 화장품마다 타입과 기능 또한 다릅니다. 
100년 전과 비교해보면 사람들이 피부미용에 신경 쓰는 강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. 

왜 이렇게 사람들은 피부미용에 신경을 쓰게 되었을까요? 
그건 아마 피부가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. 

그럼 왜 인상이 중요할까요? 
인상은 곧 상대와 나 사이의 관계를 좋게 만들고 곧 나의 욕구를 인정 받거나, 관계를 유연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입니다.
 
 현대사회에서 바람직한 관계 중에 하나는,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관계입니다. 
SNS상의 댓글을 보면 지인들 간에 칭찬과 부러움의 표현이 많이 등장합니다. 
상대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 '인정'해주는 행위들입니다. 
이렇게 자신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확인 받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된 것 같습니다. 

그 중에서도 특히 '셀카'를 통해 자신의 미모를 확인 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. 
얼굴은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. 
그래서 점차 자신을 표현하고, 자신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갈 수록 미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 지는 것 아닐까요?
 
 바야흐로 인정이 참 중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. 
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헤겔도 사람들 상호 간의 인정을 중요한 개념으로 보았습니다. 
헤겔은 자신의 주저 [정신현상학]에서 인정이 왜 사람들의 관계에서 중요한 매개체인가를 설명합니다. 
사람들 간의 '상호인정'은 폭력적 갈등을 막아 주고, 서로를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이 헤겔의 이야기입니다. 
사회의 자원은 한정적이다. 그런데 사람들은 각자의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. 
한정된 자원은 사람들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습니다. 

그래서 사람들은 충돌하게 됩니다.
이 때의 자신의 욕구를 사람들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, 사회 안에서 자신의 '인정'을 끌어냄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나가게 됩니다. 
인정받는다는 것은 곧 자신의 욕구(혹은 요구)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하게 되는 것입니다.
 
 다시 미용으로 돌아가보자. 현대사회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많이 끼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외모입니다. 
외모가 좋은 사람은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도 쉽습니다. 
(물론 한정된 범위 안 이겠지만) 일반적인 관계에서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. 
헤겔은 사람들이 자기자신을 인정받기 위해 '투쟁'으로 나아간다고 까지 말합니다. 

요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, 사람들의 미용에 대한 관심도를 보면 투쟁에 가깝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습니다. 
현대인에게는 자신을 위한 화장품을 찾아보고 미용에 돈과 시간을 들이는 일이, 이제는 번거로운 취미 활동 정도가 아니라 중요한 자기 삶의 한 부분이 되었고 앞으로도 강화될 것 같습니다.